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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파혼했다.
201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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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혼 당했다. 전적으로 내 입장에서 파혼 당한 이유를 써본다.
나는 지금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하다. 가족인 할머니랑 고모들조차 내 잘못으로 결혼이 깨진 거라고 비난하고 있으니까.
누구한테라도 말하고 싶다.
이야기 하자면 정말 길다. 아주 길다.
그 남자를 만난 건 올 1월 15일 이었다. 할머니께서 뜬금없이 너 괜찮은 남자 있으면 만나볼래 하셨다. 내가 대전에서 공부하고 있었을 때였다. 할머니 조카며느리께서 중매를 한 선이었다. 나는 모태솔로였다. 외롭기도 했고 선을 보러 나갔다.
나는 제발 성시경의 외모(이기적인 기럭지와 넓은)와 감미로운 목소리를 닮은 남자가 나와 주길 기도했다. 그런
데 역시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너무도 차이가 컸다. 현실은 꿈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남자를 두 번째는 둘만 만났는데 그 남자는 너무 센스랑 매너가 없었다. 약속시간에 늦고 후줄근한 잠바차림으로 나오고 극장에서 혼자 나가버리고 말하면 동문서답하고 짜증이 났다. 가족들에게 싫다고 했는데 한번 만나서 모른다고 세 번만 더 만나보라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세 번 더 만나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자 했었다.
세 번째 만나고 갑자기 헤어지자고 문자가 왔다. 차라리 그때 끝냈으면 좋았을걸. 헤어지자고 문자 왔다고 하니까 할머니께서 그 남자 양어머니께
(그 남자는 집안이 아주 복잡하고 이상하고 비상식적이다. 할머니 하고 아버지 새어머니가 있고 이복형제가 여자 둘이 있고 그런데 집에 거의 학업도 마치기 전에 일을 했고 번 돈을 모두 새어머니와 할머니 아버지 사채 빚 갚는데 다 썼다고 했다. 그 남자 말로는 자기 손에 쥐어진 돈은 한 푼도 없었고. 양어머니 말로는 6천만 원가량 모아졌을 돈이 천만 원도 채 안 남았다고. 최근까지 SBS에서 방송되었던 긴급출동 SOS에 나올법한 이야기가 내 주변에도 있을지 나도 몰랐다. 여튼 그래서 그 남자가 일하던 여사장님께서 그 이상한 집안에서 꺼내서 연을 끊고 아들 삼아서 데리고 살았다고 했다. 그리고 돈 모아서 아파트를 샀고 그 여사님과 친했던 울 할머니 조카며느리 분께서 나를 그 남자랑 중매를 서신 것이다. 양어머니 말씀으로는 그 남자네 친가에선 그 남자의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남자의 친아버지와 새어머니는 장애인인 그 남자를 아들이 아니라 노예, 돈 버는 기계로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결혼을 하게 되면 그 남자가 번 돈을 갈취하지 못할까봐 재산권이 결혼하게 되는 여자의 소유가 되어버리니까 결혼하는 걸 싫어했던 모양이었다.)
전화를 거셨다.
그래서 나하고 할머니께 사과한다고 그 남자랑 그 남자 양어머니 이모들 외삼촌 까지 와서 또 만나고 그 남자가
나의 할머니 생신에 인사오고 난 그 남자네 인사가고 그랬다. 그때 얼떨결에 그 남자의 친가에 가게 되었다. 아주 대놓고 노골적으로 내가 온 걸 싫어하는 눈치였다. 그럴 거면 차라리 보자고 하지나 말지. 양어머니께서 전화가 왔는데 본인 말씀으론 갑자기 갔다고 하셨지만 갑자기 불려간 거라면 거기에서 술을 마시고 계셨을까?
저녁때 데이트를 하다 걷고 걸어서 영문도 모르고 그 남자를 따라서 허름한 집으로 들어갔다.
후 대전 시내에 아직도 그런 후지고 허름한 집이 있는지 집은 비좁고 각종 폐기물로 가득하고 화장실은 밖에 나와 있고 푸세식 화장실인데 지저분하고 좁고 후~ 그때 너무 당황스럽고 황당하고 거의 패닉을 넘어 멘붕 상태였다. 솔직히 크게 실망했다. 더 실망스럽고 짜증났던 거 저녁시간이었는데 저녁상이 아닌 지들 먹을 술상을 차린 거다. 아무리 불청객이라도 인사 간 건데 저녁식사를 차려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면 저녁 먹었냐고 라도 물어봐야지 않나? 먹다 남은 출처도 알 수 없는 싸구려 생크림케이크를 내놓더니 자꾸만 먹으라고 강요 하지를 않나. 괜찮다고 안 먹겠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눈치가 드럽게 없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나 엿 먹이려고 그런 것인지 케이크 아니 상을 엎어버리고 뛰쳐나오고 싶었다. (정말 김미숙 너도 성질 많이 죽었다.)
그런데 안절부절 못하는 그 남자를 봐서 참았다. 그래도 자꾸 먹으라고 해서 저 당뇨 있어서 안 먹는다. 했다. 그 남자 할머니가 왜 젊은 아이가 당뇨냐고 해서 난 대답할 말이 없어서 저도 왜 당뇨에 걸렸는지 모르겠는데 물론 내가 몸 관리를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난 억울했다. 그래서 엄마가 당뇨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정말 정말 그 케이크를 먹기 싫었으니까.
그리고 집에 왔는데 그 다음날 나한테 전화 와서 너 싫다고 우리 손자 곁에서 꺼지라고 당뇨 있는 년이 왜 우리 손자를 넘보자고 누구 대를 끊어놓으려고 그러냐고. 그런 모욕은 학창시절이후로 간만에 받아보는 거였다. 너 싫으니까 꺼져 라는 말. 눈물이 났다. 어르신이라 막말 할 수 도 없고. 그 남자가 뭐가 그렇게 잘나서 자존심이 상했다.
지 손자가 시크릿가든의 김주원이야? 아니면 최고의 사랑 독고진이야? 반대하려면 돈 봉투나 찔러주든가?
아 있다. 할머니와 어른들이 말씀 하신 거, 직업 있고 기술 있고 집이 있다는 거. 그리고 돈 많은 양어머니가 있다는 거. 그럼 뭐해 진상 가족들에게 다 빼앗길 것을.
내가 그 남자를 정말 미치게 죽고 못 살 정도로 좋아하고 사랑했다면 참을 수 있었을 거다. 충분히 감수할 만큼.
나는 그 남자가 답답하고 센스 없고 유려하지 못 한 게 싫었다. 멍청하고 눈치 없고 나랑 데이트 약속하면 꼭 2,3시간 늦고 만나면 손도 안 잡아주고 그 남자를 만나도 뜨겁지도 않고 떨리지도 않고 설렘도 안 들고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 남자랑 결혼해서 지긋지긋한 우리 집과 무능력하고 무가치한 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내가 싫어하는 고모들이랑 작은아버지를 안보고 살아도 되겠다. 싶었으니까. 그리고 종만이 오빠(고종사촌 오빠 그나마 우리 가족 중 개념이 있다.)가 많은 여자들이 집안을 보고 결혼한다고 결혼해서 네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로 이용하라고. 그럴 만 했다.
그 남자 양어머니는 참 우아하시고 넉넉하시고 좋으신 분이었으니까. 중소기업을 이끌어가는 사장님이니까.
내가 드라마 쓰고 싶다니까 내 서재도 만들어주고 내가 글 쓸 수 있도록 모든 걸 지원해주신다고 하셨으니 까.
내가 속물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태근이가 그 남자 이용할 생각이라면 누나는 참 나쁜 거라고 했다. 즐...
그렇게 11월 달에 결혼하기로 했는데 날을 잡아오셨다. 그 남자 배다른 여동생이 9월 달에 결혼한다고 오빠인 그 남자가 먼저 결혼하는 게 좋겠다고 그 남자 양어머니와 그 남자 아버지(야어머니와 그 남자 아버지는 친구사이)의 친구들이 그랬단다. 그래서 8월 25일로 정해졌던 거다.
나는 당황스럽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남은 몇 개 월동안 더 만나봐서 알아가도 되겠다 싶었는데. 남자는 10년을 만나 봐도 모르는 게 남자다. 난 그 남자의 나이, 생일, 사는 곳 그리고 그 남자의 비정상적인 가정 밖에 아는 게 없었다.
그 남자는 청각장애인이라서 그 남자랑 저는 주로 문자로 대화를 나눴다. 그것도 손에 꼽을 정도로 아주 가끔.
그 남자는 일주일에 쉬는 날이 일요일뿐이고 그나마 일요일에도 일을 한다고 만날 때도 늦게 왔다. 할머니께서는 그쪽에서 서둘지 않아서 그런다고 정말 나를 좋아했다면 준비하고 가꾸고 그러지 않았을까? 7번 만나는 동안 그 남자랑 저는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못했다. 2번 단둘이 만났는데 다섯 번은 그 남자 양어머니가 우리 집에 찾아와서 가족들이랑 같이 만난 것이다.
정과 추억 설렘 그딴 건 없었다. 그리고 손잡는 것도 내가 말하고 그 남자 양어머니가 말해야만 잡았다. 원래 남자들은 여자를 사랑하면 그렇게 만지고(?) 싶어 한다는데 처음엔 이 남자 데게 순수하고 순진하구나. 했는데 멍청한 거였다. 결혼을 해서도 힘들고 싸울 일도 많을 텐데 그때마다 퍼먹을 추억이라도 있어야하는데 없었다. 그 남자는 말을 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나보다. 멍청하다. 수화도 할 줄 모르고.
점점 외롭고 짜증이 났다. 내가 직업도 없고 장애인이고 당뇨까지 있지만 자존심이 상했다. 가족들 중 내 동생만이 누나 그 남자 좋아 행복해라고 물었다. 남친이라고 약혼자라고 부를 사람이 있는데도 무지하게 오히려 없을 때 보다 외로워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우울하고 내가 이 남자를 사랑하는 게 맞나싶기도 하고 그 남자가 나를 사랑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지인이라고 하면 당장 헤어지라고 그런다고 그랬다.
결론은 난 그 남자를 사랑해서 결혼하려든 게 아니었다. 자꾸만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 남자가 보고 싶고 궁금한 적이 없었다. 그냥 의무적으로 안부를 묻고 가식적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물론 문자 이모티콘으로.
결혼날짜는 정해졌고 그냥 살다보면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이번에 22일에 예물이랑 이것저것 보러가기로 했는데.
지난주 화요일 그 남자 양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제가 받았는데 할머니를 바꿔달라고 해서 바꿔 드렸는데 그 진상 비정상적이고 몰상식하고 비인간적인 그 남자의 친가에서 양어머니를 찾아와 각종 육두문자를 썩은 욕설과 폭언을 하고 행패를 부리며 네가 뭔데 남의 자식을 당뇨병환자년이랑 결혼 시키려 하느냐고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가서 양어머니는 화병으로 누워계신데 그러고있는 와중에 그 남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더란다. 바보 멍청이 그리고 그 양어머니의 친딸들이 그 남자와 인연을 끊고 상관하지 말라고 해서 그러기로 했단다. 그 양어머니란 분이 불쌍했다.
그래서 자연히 내 결혼도 깨진 거다.
이야기가 너무 길었다. 그래서 난 그 남자 연락처랑 그 남자와 사진 모두 지워버렸다. 내 홈피와 카톡 스토리에서 지웠다.
할머니께서는 제가 당뇨 있는 거 말해서 파혼 당한 거라고 고모들도 제 잘못이라고 그러시는데 참 억울했다. 당뇨 내가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것도 아니고 엄마도 나 때문에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파혼 책임이 나한테 있다고 몰아붙이셔서 참 갈 데가 없었다. 죽으려고 교회 앞에 있는 강에 갔었는데 동네 아주머니들이 계셔서 말리시지 않았더라면 난 아마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 죽고 싶었다는 거 거짓일지도 몰라. 그냥 욱해서. 그때 아버지가 생각났다. 아버지도 그랬던 거구나. 갈 때가 없던 거구나.
할머니하고 왜 그깟 비정상정인 가정에서 자란 비정상적인 집안 때문에 서로 마음상하고 다투고 그래야 하느냐고 울면서 화해했다. 결혼은 안하기로 했다.
후 이렇게 해서 모든 것이 끝났다. 나는 왜 그런 이상하고 몹쓸 남자 사람만 꼬이는지 모르겠다. 뭔 연애가 이렇게 잘 안 되는 지.. 하~ 내님은 어디에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