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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라고 해야하나.. 불운이라고 해야하나... 잘 넘어가던 밥이 턱 걸려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정리하자 마음먹고 일기까지 썼는데.. 사랑은 개코인데...
신발이 다 젖고 날씨도 안좋은 상태여서 기분이 안좋았는데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 그를 만났다. 오빠 안녕... 하세요... 나도 모르게 오빠에게 말을 놓을뻔 했다.. 난 무장해제 되어버렸다. 결심이 무너졌다. '잘 지냈니? 예뻐졌다.' 예뻐졌다... 예뻐졌다... 일주일만에 봐 놓고 예뻐졌다... 빈말이야. 아무 의미도 없는말이야..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야. 그냥 오빠야... 짜증이 밀려왔다. 어쩌자고 이런 우연이 생기는지...어쩌자고 난 그 앞에서 떨리고 신경쓰이는지... 아무상관없는 사람이다. 괜찮다 괜찮다를 얼마나 되내었는지 모른다.
뒤에 앉은 그가 신경쓰였다. 오늘 머리 안 감았는데... 아 버스안에서 햄버거 안먹길 잘했다...
우산에 설날 선물에 가방에 무거웠다... 몰 인정한놈 들어줄까 한마디도 안한다...
얼굴보지도 않고 앞만 보고 걸었다. 그런데 왜 걸음은 이리도 뎌디고 집은 왜 이렇게 먼지...
집에 도착해 밥을 먹는데 빈말일거야. 아무의미없는 말일거야. 별뜻없는 말이야. 중얼거렸다.
어 누가 나 예뻐졌데. 할머니께서 아름이가... (그의 이름은 아람이다. 그런데 할머니는 자꾸 그의 이름은 아름이라 부르신다. 기분 나쁘다.) 진짜 귀신이시다. 아니 내가 티를 팍팍내는 거겠지...
할머니께서는 내가 숙맥이라고 하셨다. 나처럼 몸이 불편한 아이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남자를 만나야한다고 하셨다. 직업도 없는놈이 뭐가 좋냐고 하신다..
알았다고 대답했지만...미치겠다.
그렇다 그는 단점 투성이다. 무신경하고 무디고 무심하고 둔하고 차갑고 몰인정하고. 하지만 난 그가 좋다.
그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그만 보면 무너져 내린다. 결심도 다짐도 못되져야지 차가워져야지 하는 마음도... 나는 어떡해야하냐... 힘들다.
물어보고 싶다. 당장이라도 교회로 달려가서 왜 오빠는 자꾸 내눈에 뛰어요?
왜 자꾸 날 흔들리다 못해 요동치게 만드냐고요? 오빠가 뭔데?
내 잘못이다. 기대,희망,바람,원함이라는 미련과 집착의 끈을 놓지못하는 내 잘못.